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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 풋 노루발이 뭐지?

저에게는 오래전 재봉틀을 구매할 때 받았던 노루발 뭉텅이가 있습니다. 오늘부터 그 뭉텅이 노루발을 하나하나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 노루발 뭉텅이 중에 유독 눈에 들어오는 노루발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 노루발 하나만 노란색 상자 안에 들어있어 눈에 띄었습니다. 왜 이 노루발은 상자 안에 들어있을까? 뭔가 중요한 노루발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이 노루발 먼저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노루발 상자에는 214872011이라는 숫자가 쓰여있고 노루발 자체에는 아무런 표시도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특이하게 생긴 노루발이긴 한데 어디에 쓰는 건지 모르겠어서 일단 단서인 214872011이라는 숫자를 검색해 보았습니다. 검색해 보니 이 노루발은 위킹 풋 노루발이라고 하는 노루발이었습니다. 워킹 풋 노루발은 퀼팅 노루발이라고도 합니다. 워킹 풋 노루발은 두껍거나 얇고, 또는 미끄러워서 잘 안 밀리는 원단들을 쉽게 재봉해 주고 솜과 천을 누벼주는 것도 가능한 노루발입니다. 작년 겨울에 강아지 옷을 만들어 주려고 누빔원단이 필요했었지만 누비는 게 귀찮아서 누빔 원단을 구매했었는데 이 노루발이 있는지 알았다면 한번 시도해 볼 걸 그랬습니다. 그리고 노루발 바닥에 톱니가 있어서 재봉틀을 사용하면 톱니가 내려오면서 톱니가 원단을 밀어줘서 얇은 원단도 두꺼운 원단도 쉽게 밀어준다고 합니다. 가끔 얇은 원단들을 재봉할 때 원단이 안 밀려서 같은 자리만 계속 박히다가 실이 두꺼워져 재봉틀이 멈추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얇은 원단을 밀어준다니 이런 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워킹 풋 노루발을 사용해보자

워킹 풋 노루발에 대해 알았으니 이제 사용을 한번 해봐야겠습니다. 우선 노루발을 교체해야 합니다. 기존에 있던 노루발의 나사를 풀어서 빼내야 합니다. 보통 노루발을 교체할 때는 원터치로 버튼을 누르면 되는데 워킹풋 노루발은 나사를 풀어 교체하고 다시 나사를 조여 노루발을 고정해야 합니다. 나사를 조여 워킹 풋 노루발을 장착합니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는데 워킹풋 노루발에는 위아래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막대가 하나 있습니다. 이 막대를 바늘대에 올려줘야 합니다. 제가 가진 워킹 풋 노루발은 막대형으로 생겼는데 고리형으로 생긴 워킹풋 노루발도 있다고 합니다. 고리형은 바늘대에 올리는 대신 바늘대에 고리를 끼우면 됩니다. 

이제 노루발을 재봉틀에 장착했으니 이제 원단을 준비해 봅니다. 우선 얇은 메쉬형 원단과 누빔을 해보기 위해 솜원단을 준비해 보았습니다. 우선 얇은 원단인 메쉬 원단을 먼저 재봉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워킹 풋 노루발을 사용하고 있는데도 생각보다 원단이 잘 안 밀려서 뭔가 싶었습니다. 한 땀이 아니라 반땀정도 이동하거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원단이 안 밀리지 않아서  우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분명 얇은 원단이 잘 밀린다고 했는데..? 이상하다 싶으면서 내가 뭔가 잘못했나 보다 싶어서 퀼팅 노루발이라고 한다고 하니 누빔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빔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내가 뭔가 잘못 알았나? 내가 갖고 있는 게 워킹풋 노루발이 아닌 건가? 싶어서 우선 노루발을 먼저 잘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노루발이 오래돼서 그런지 노루발에 문제가 있더라구요. 워킹 풋 노루발은 잘 살펴보면 막대가 올라가면 톱니가 내려오고 막대를 내리면 톱니가 다시 올라옵니다. 이 막대를 바늘대에 걸어놓으면 막대가 박음질이 될 때 바늘대를 따라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원단을 밀어주면서 박음질이 얇은 원단도 박음질이 잘 되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제 워킹 풋 노루발은 오래되서 그런지 막대가 바늘대를 따라서 내려오지 않더라고요. 높이 올라가면 내려오지 않고 멈춰 있었습니다. 

막대가 어쩌다가 내려오면 정말 원단이 잘 밀리면서 재봉이 잘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위에 올라가 있어서 이 노루발은 사용이 불가능하겠더라고요. 이게 막대형 워킹풋 노루발의 문제였는지 그래서 고리형 워킹풋 노루발이 있나 봅니다. 고리형은 바늘대에 걸어두면 바늘대를 따라서 자동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뭔가 기대했던 노루발이었는데 처음부터 이렇게 실패하니까 뭔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래돼서 막대가 안 내려오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구리스가 생각이 났습니다. 구리스는 기계가 마찰되는 부분에 쓰는 미끌미끌한 윤활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노루발 안쪽을 보면서 막대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할 때 움직이는 부품이 어떤 것인지 잘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구리스를 면봉에 발라 묻혀 보겠습니다. 

처음 이 노루발을 꺼냈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그래도 구리스를 바르고 나니까 워킹풋 노루발의 움직임이 좀 부드러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구리스 작업을 하고 나니 막대가 위에서 고정되어 있던 현상이 없어졌습니다. 그럼 이제 다시 재봉틀에 워킹 풋 노루발을 장착하고 매쉬 원단을 재봉해 봐야겠습니다.

우려와 달리 노루발의 막대가 아주 잘 올라갔다 내려옵니다. 노루발의 톱니가 원단을 잘 밀어주면서 재봉이 아주 잘됩니다. 얇은 메쉬원단, 솜 누빔 매우 잘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기본 노루발로는 아예 박음질이 되지 않던 투명 PVC 원단에도 박음질이 아주 잘 되었습니다. 기본 노루발로는 앞으로 미는 것조차 안 되는 원단이었는데 매우 쉽게 박음질이 돼서 신기하더라고요. 앞으로 원단이 잘 말리지 않을 때는 워킹풋 노루발을 사용해야겠습니다. 

 

구리스가 아니었으면 멀쩡한 노루발을 그냥 버릴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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